[정의]

조선 중기의 문신인 김정(金淨)이 제주 유배 기간 중 기록한 기행문.

[개설]

『제주풍토록(濟州風土錄)』은 김정이 1519년(중종 14) 11월에 일어난 기묘사화로 인하여 진도에서 제주도로 이배되었던 1520년 8월부터 사사(賜死)되던 1521년 10월까지 16세기 제주 지역의 풍토와 상황을 기록한 것이다.

[편찬/간행 경위]

『제주풍토록』은 김정이 36세 되던 1521년 외질(外姪)로부터 제주도의 풍토와 물산(物産)에 대한 물음을 받고 답장으로 써 보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보』를 보면 어숙권(魚叔權)의 『패관잡기(稗官雜記)』를 인용하며 ‘외질(外姪)에게 답장을 하면서 제주의 풍토를 자세히 기록한 것이다’라고 되어 있고, 『제주풍토록』 속에도 외질을 지칭하는 ‘군(君)’이라는 표현이 보인다.

『제주풍토록』이 수록된 『충암집』은 1552년 처음 목판본으로 간행된 것으로 보인다. 본집(本集)과 외집(外集)으로 나누어 간행된 이 초간본은 현재 외집만 서울대 규장각[一簑古貴 819.52-G421c]에 소장되어 있다. 1636년 간행된 중간본은 현재 서울대 규장각[奎7320]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이 규장각본과 1835년 간행된『연보』는 합본으로 『한국문집총간』 23권에 영인되어 수록되었다. 삼간본은 1947년 『연보』 2권과 문집 5권을 합쳐 7책으로 석인(石印)한 것이고, 사간본은 1972년 성구용(成九鏞)과 김홍만(金洪萬)이 서문과 발문을 써서 석인(石印) 간행한 것이다. 『제주풍토록』은 중간본 권4 문(文)에 수록되어 있다.

[서지적 상황]

중간본은 5권 5책의 목판본으로 크기는 27.5×18.2㎝이다. 1552년 신광한(申光漢)과 허백기(許伯琦)가 쓴 서문과 발문이 수록되어 있고, 책 말미에 1636년 김성발(金聲發)이 쓴 발문[識]이 있다.

[구성/내용]

『제주풍토록』은 제주도의 기후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적거지(謫居地)인 금강사(金剛社) 옛 절터에서의 생활과 심회(心懷)를 적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구성은 크게 주거․풍습․신앙 등의 생활상과 육지와 다른 토산물과 특산물 등을 소개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가옥은 기와집이 거의 드물어 정의현과 대정현의 2개 관사도 띠[茅]로 지붕을 덮었고, 세력이 있는 품관인(品官人)인 외에는 온돌이 없었다. 사신(祠神)을 숭상하여 내력이 올바르지 못한 신당[淫祠]이 300여 개가 있었고, 또 뱀을 신이라 여겨 받들고 있었다. 세력이 있는 자는 진무(鎭撫), 여수(旅帥), 서원(書員)이었고 약자에 대한 강탈과 관리들의 탐학이 심했으며, 처를 데리고 사는 승려가 많았다. 척박한 땅에 지형은 분간하기 어려웠고, 샘과 우물이 매우 적었는데 짠물이 나오는 샘도 많았다.

들짐승 가운데 여우․토끼․호랑이․곰 등이 없었고, 황새와 까치도 없었다. 산나물로는 삼백초[蕺]와 고사리가 가장 많았고, 해조류에는 미역․가사리․청각이, 민물고기는 은어 종류만 있었다. 물산(物産)으로 사기(沙器)․ 도기(陶器)․ 놋쇠[鍮鐵]는 생산되지 않았고 소금과 청주(淸酒)가 매우 귀했다. 토산물로는 표고와 오미자가 가장 많이 나는데, 오미자를 천하의 으뜸이라고 여겼다. 육지의 배․감․대추․밤과 같은 과실나무는 극히 드문 대신, 진귀한 것은 귤․유자․치자․비자․무환자․산유자․이년목․무회목․앵무 등이다. 귤과 유자는 9종류가 있었는데 김정은 청귤(靑橘)을 제일 으뜸으로 여겼다.

김정의 『제주풍토록』에서 서귀포시 지역의 특색을 찾기는 어렵지만, 김정이 기록한 제주의 풍토는 정의현과 대정현에서도 보이는 공통된 모습일 것이다.

[의의와 평가]

『제주풍토록』은 16세기 초중반 서귀포를 포함한 제주 지역의 풍토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