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일제 강점기에 활동하다 월북한 거창 출신 화가.

[활동 사항]

정종여(鄭鍾汝)[1914~1984]는 1914년 12월 30일 거창군 거창읍 상동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뒤늦게 거창 공립 보통학교에 입학하여 1929년에 졸업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재능을 보여 꽃, 새, 나비, 닭 등 주변의 사물을 세밀하게 그려서 주위 사람을 놀라게 했고, 평생 스케치북을 끼고 다녔다.

보통학교 졸업 후 잠시 거창의 상점과 병원에서 일했다. 그 후 경상남도 일대의 사찰을 떠돌다가 해인사 주지가 정종여의 재능을 발견하고 도쿄로 유학을 보내 주었다. 1934년 오사카 미술 학교에 입학해 1937년에 전공과에서 공부했고, 1942년 29세의 나이로 오사카 미술 학교 동양화과 연구과를 졸업하였다. 이상범의 문하에서 그림을 배웠으며, 김기창과 가까운 친구였다.

1935년부터 국내의 미술 전시회에 출품하였다. 1944년까지 조선 총독부에서 주관하는 조선 미술 전람회에 총 열세 작품을 출품해 11회 입선, 2회 특선을 차지하였다. 1938년 『매일신보』는 정종여를 “화필을 든 지 단 1년에 입선된 천재 화가”라고 소개하였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김기창과 함께 식민지 조선의 가장 촉망받는 화가로 인정받았다.

1940년대에는 일제의 침략 전쟁에 동원되어 1943~1944년 미술 전람회에 일본군의 승리를 기원하는 그림을 출품하였다. 1945년 1월 대동아 전쟁 출정자와 입영자에게 기증하기 위해 수호 관음 불상 1천 매를 그려 강화 군수에게 기탁하였다.

해방 후 성신 여자 고등학교, 배재 고등 보통학교의 교사로 재직하면서 좌익 계열의 조선 미술 본부, 조선 조형 미술 동맹의 창립에 참가하고 간부로 활동하였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국민 보도 연맹 산하 미술 동맹에 가입하였다. 이때 동양화 7인전을 시작으로 2회에 걸쳐 개인전을 열면서 많은 작품을 창작하였다.

1950년 한국 전쟁 때 서울이 인민군 치하에 들어가자 좌익 단체인 조선 미술 동맹에 가입했다가 서울 수복 후 월북하였다. 그는 사회주의 이념이 투철하지는 않았으나 남한에 남아 있을 경우 닥칠 후환이 두려워서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숙청당하지 않고 활발하게 미술과 교육 활동에 종사하면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1974년에 공훈 예술가, 1982년에는 인민 예술가 칭호를 받았다. 1984년 71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저술 및 작품]

정종여의 작품으로는 「5월의 농촌」, 「고성 인민의 전선 원호」 등이 있으며, 저서는 『조선화 기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