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경상남도 거창군 주상면 성기리에서 주부치 희랑대사와 관련해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화엄종의 고승으로서 고려 태조 왕건(王建)[877~943]의 스승이었던 희랑(希朗]) 대사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희랑대사는 ‘주부치’라고 불리기도 했다. 희랑대사가 승려가 되기 전의 성이 주씨여서 ‘주부처’라고 불렸는데, 주부처가 나중에 주부치로 불리게 된 것이다. 경상남도 거창군 주상면 성기리에는 희랑대사에 얽힌 이야기가 여러 가지 전한다. 대체적으로 희랑 대사가 신이한 힘을 발휘한 것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채록/수집 상황]

「주부치 희랑대사 전설」은 1976년 7월 30일 거창군 주상면 완대리의 박병일[남, 57세]에게서 채록했다. 1997년 거창군사 편찬 위원회에서 간행한 『거창군사』와 2013년 사단 법인 향토 민속 보존 협의회에서 발행한 『거창 전설』, 대구 문창사에서 발행한 『서부 경남의 전설』에 수록되어 있다.

[내용]

희랑대사는 신라 말기와 고려 초기 합천 해인사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화엄종의 고승이다. 경상남도 거창군 주상면 성기리에는 희랑대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여러 가지 전해진다. 희랑대사는 신통력을 발휘하는 고승으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 여기서 전해지는 이야기들도 주부치 희랑 대사의 신이한 행적과 관련된 것이다. 희랑대사가 마을 앞 개울의 작은 돌다리를 이적을 일으켜 큰 돌다리로 바꾸어 주고 마을을 떠났다는 이야기, 큰 바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파서 윷판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희랑대사가 신을 모셔 와서 좌정시킴으로써 마을의 산제당[산신당]이 유래되었다는 이야기, 희랑대사가 새 조(鳥) 자와 쌀 미(米) 자를 써서 마당에 뿌리니 새들이 많은 쌀을 물어 와서 마당을 가득 채웠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외에도 희랑대사가 당시 세도가인 연안 이씨들을 신이한 능력으로 놀려 주는 이야기가 전한다. 희랑대사가 경상북도 금릉군(金陵郡)에 있는 청암사를 다녀오는 길에 연안 이씨들이 놀고 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당시 희랑대사는 고려 태조 왕건의 스승이 되어 합천 해인사를 대대적으로 중창하고 화엄종의 고승으로 이름을 떨치기 전이었던 모양이다. 연안 이씨들은 인사도 없이 지나는 희랑대사를 당돌하다고 생각하여 희랑대사를 불러와서 고함을 치며 괴롭혔다. 희랑대사는 연안 이씨들과 싸우는 것이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여겨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었다. 그랬더니 연안 이씨들이 희랑대사에게 자신들이 놀고 있는 동안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아 오라고 했다. 희랑대사가 승낙을 하고 개울에서 똥을 누었더니 이것이 모두 물고기가 되었다고 한다. 희랑대사는 잡은 물고기를 모두 연안 이씨들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때 희랑 대사가 똥을 누어서 된 물고기가 중태[중태기]라고 전해진다. 그 뒤 희랑대사가 해인사로 들어가서 희랑암을 짓고, 성기리 마을에 평안과 화목이 있기를 빌어서 마을 사람들이 화평하게 살 수 있다고 마을 사람들은 믿는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주부치 희랑대사 전설」은 고승을 모티프로 한 것이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고승의 이야기처럼 희랑대사가 신통한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을 주요한 내용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