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6300059 |
---|---|
한자 | 言語 方言 |
영어공식명칭 | Language Dialect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경상남도 거창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정대 |
[정의]
경상남도 거창군 지역에서 현재 사용하는 말.
[언어와 방언 그리고 지역어]
경상남도 거창군 일원에서 발화되는 언어를 ‘거창 지역어’라 한다. 이를 ‘거창 방언’이라고 부르지 않고 ‘거창 지역어’라고 부르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두루 알려져 있다시피, ‘언어(language)’와 ‘방언(regional dialect)’ 사이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한다. 공통점은 두 용어 공히 다른 것과 ‘구별’되는 점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어라는 언어는 중국어나 영어라는 언어와 구별되고, 경상도 방언이라는 방언은 전라도 방언이나 충청도 방언이라는 방언과 구별된다는 점이 그 보기가 된다. 차이점은 그 구별이라는 것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선상에서 구별인지, 불가능한 선상에서 구별인지 하는 점에 있다. 이를테면, 경상도 방언과 전라도 방언 사이에는 궁극적인 의사소통의 문제는 없고 부분적인 차이만 있을 뿐이지만, 한국어와 중국어 사이에는 근본적인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둘 이상 되는 말의 차이를 ‘언어의 차이’라고 부르고, 근본적인 의사소통은 되지만 부분적인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말의 차이를 ‘방언의 차이’라고 부른다.
[한국어의 방언권]
한 언어는 여러 방언들의 총합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어는 함경도 방언[동북 방언]·평안도 방언[서북 방언]·중부 방언·경상도 방언[동남 방언]·전라도 방언[서남 방언]·제주도 방언[제주 방언]과 같은 6개의 큰 방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같이 한 언어의 사용 권역을 관련 있는 지역으로 크게 나눈 것을 가리켜 ‘대방언권’이라 한다. 한국어는 6대 방언의 총합인 셈이다.
대방언권은 다시 그보다 작은 방언권으로 구획이 가능하다. 경상도 방언이 경남 방언과 경북 방언으로 나뉘고, 전라도 방언이 전남 방언과 전북 방언으로 나뉜다. 이를 대방언권에 대하여 ‘중방언권’이라 한다. 중방언권은 다시 몇 가지 성격의 다름에 따라 하위 분류가 가능하다. 경남 방언을 경남 동부 방언과 경남 서부 방언으로 나누는 것이 그 한 예이다. 이를 ‘소방언권’이라 부른다. 몇 지역을 아우르기만 하면, 소방언권은 이보다 더 작은 구역으로 나눠질 수도 있다. 경남 서부 방언을 경남 서남부 방언과 경남 서북부 방언으로 나눌 수 있다면, 이 역시 소방언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언의 분류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더욱 세분되기도 하는데, 그때는 시나 군과 같은 행정구역의 이름에 따라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 방언’, 이를테면 ‘거창 방언’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고, ‘거창 지역어’와 같이 ‘○○ 지역어’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
[거창 지역어의 위상]
‘○○ 지역어’라는 용어를 쓸 때는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그 지역어가 인근한 다른 시·군의 언어와 구별되는 어떤 특색이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닐 경우가 많다는 점과 관련된다. 거창 지역에서 쓰는 말은 실제로는 인근에 있는 합천이나 함양·산청, 더 나아가서는 하동·의령·진주 등지의 말과 공통점이 상당히 많지만, 이런 지역어들과 대비를 통하지 않고 거창 지역에서 쓰이는 언어의 특징을 고찰한다고 할 경우, 우리는 ‘거창 지역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따라서 대방언권·중방언권·소방언권이라는 이름은 그 방언권에 드는 지역 언어들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는 점을 전제로 한 표현이라면, ‘○○ 지역어’라는 이름은 어느 한 지역의 언어를 인근 지역의 그것과 대비하지 않고, 그 자체로 체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 붙인 표현일 가능성이 크다.
위에서 우리가 ‘거창 지역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바로 이런 전제를 받아들인 결과였던 것이다. 그러면 거창 지역어는 인근 지역의 언어들과 어떤 관계에 놓여 있을까? 지금까지의 연구를 검토해 보면, 거창 지역어는 경상도 방언[대방언권] 중 경남 방언[중방언권], 경남 방언 중 경남 중서 방언[소방언권①], 경남 중서 방언 중 경남 중서 서부 방언[소방언권②]이라는 주장도 있고[최명옥, 1994/1998 참조], 경상도 방언 중 경남 방언, 경남 방언 중 경남 서부 방언[소방언권①], 경남 서부 방언 중 경남 서북부 방언[소방언권②]이라는 주장도 있다[김정대, 2012 참조]. 최명옥[1994/1998]에서 말하는 경남 중서 서부 방언에 드는 지역어로는 거창·함양·산청·하동 지역어가 있고, 김정대[2012]에서 말하는 경남 서북부 방언에 드는 지역어로는 거창·함양·합천·산청·의령·함안 지역어가 있다. 두 이론을 종합해 보면, 거창 지역어는 합천·산청 지역어와 가장 많은 공통점을 지닌다고 하겠다.
[거창 지역어 구획의 방법]
그러면 이러한 방언권의 구획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언어는 소리[음운]·형성[문법]·뜻[의미]이라는 삼대 요소로 이루어진 존재다. 따라서 이 세 영역에서 유의미한 자료들을 수집하여 그 차이로써 방언을 구획하는 것이다. 그런데 의미 영역은 매우 걷잡기 어렵기 때문에, 의미를 다루는 중요한 한 영역인 어휘 의미론의 주요 논의 대상인 ‘어휘’로써 방언 구획의 도구로 삼는다. 따라서 이상적인 방언 구획은 음운·문법·어휘라는 세 요소를 함께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그것은 방언 구획에서 갖는 음운·문법·어휘의 중요도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휘가 차지하는 중요도가 가장 낮고, 다음으로 음운, 가장 중요도가 높은 것은 문법이다. 왜 이런 차등을 주어야 하는지를 한국어 속에 들어와 있는 영어의 영향을 예로 들어 잠시 살펴보기로 한다. 어휘는 얼마든지 차용이 가능하여, 한국어 어휘 체계 내에 ‘컴퓨터, 커피’ 등등의 외래어는 이미 한국어의 일부가 되었다. 그러나 음운의 차용은 쉽지 않다. 영어의 [f] 발음을 한국어에서도 음소의 하나로 인정하여 그것을 [p]와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f] 발음이 한국어 음소의 하나로 인정되지 않은 점에서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문법의 영향은 기대하기조차 어려운 것이다. 아무리 영어 학습의 열풍이 불어도 한국어의 어순이 영어처럼 주어-서술어-목적어로 되지는 않고, 과거 시제를 나타내는 ‘-ed’를 붙여서 ‘먹었다’ 대신 ‘먹ed’라고 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여, 문법 관련 자료 하나에는 5점이라는 점수를 부여하면, 음운은 2~3점, 어휘는 1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방언을 구획하는 것이다. 거창 지역어의 위치가 경남 서북부 방언 등의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이론에 따라 연구된 결과이다.